반도체 없이 살 수 없는 시대가 왔습니다. 반도체는 이제 사회와 산업의 생명수이자 권력입니다. 모든 것을 움직이고 연결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을 멈추고 파괴할 수도 있습니다. 1960~1970년대 노동집약적인 우리 경제를 첨단·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탈바꿈시킨 반도체가 이제 기술 패권 경쟁과 4차 산업혁명 속에 새로운 시대를 맞았습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국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생태계 확장은 어느 때보다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지디넷코리아가 창간 22주년을 맞아 ‘반도체가 미래다’ 시리즈를 3부에 걸쳐 연재합니다. 우리 수출 산업의 첨병을 넘어 경제 안보 자산으로 평가 받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현주소를 면밀히 짚어보고, 무엇을 준비하고 미래를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 방향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1등이지만 비메모리 반도체는 경쟁력이 낮다는 평가를 듣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9년 4월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내놓으며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확실히 1등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생산·연구개발(R&D)에 13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M&A로 급성장 추진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반도체를 키우기 위해 대형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독일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나 네덜란드 NXP반도체, 영국 Arm 등이 M&A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3년 안에 의미 있는 M&A를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소식이 없다. 2016년 11월 미국 전자 장비 업체 하만을 80억 달러(약 10조원)에 인수한 지 6년 돼간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3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32회 삼성호암상 시상식이 끝난 뒤 ‘M&A가 진행 중이라고 보면 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한 부회장은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도 “혼자 걸어가기보다 M&A로 가는 게 빠르다면 이를 택할 것”이라며 “조만간 좋은 소식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18일 유럽 출장길에서 돌아오면 M&A 소식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이 부회장은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있는 ASML 본사를 찾아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와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원활하게 수급할 방안을 논의했다. ASML은 반도체 업계에서 을의 입장이지만 갑보다 힘이 세다는 뜻에서 ‘슈퍼 을’로 불린다. 반도체 미세 공정에 필요한 EUV 노광 장비를 독점하기 때문이다.
EUV 노광 장비를 1년에 45대 안팎으로 한정 생산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물론이고 미국 인텔과 대만 TSMC도 장비 사려고 줄 서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15일 벨기에 루벤에 있는 유럽 최대 종합반도체 연구소 imec도 방문해 첨단 반도체 공정 기술을 살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