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후의 욕망은 인간을 뛰어넘는 피조물을 창조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 여정에 휴머노이드 로봇이나 가상인간 등이 있다. 메타버스 등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사이버공간이 진화하면서 그 중 가상인간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아직 감정을 담지는 못하지만 가상공간에서는 여러 면에서 인간을 능가하기도 한다. 오히려 가상공간에서는 인간의 롤모델이 될지도 모르겠다. 가상인간의 역사부터, 현재 활동 상황, 연봉을 비롯한 그들의 지위와 능력 등에 대해 4회에 걸쳐 진단해본다
인간 사고까지 닮아가는 가상인간
다양한 분야에서 가상인간을 활용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화면을 통해 바라보는 가상인간의 모습은 현실의 사람과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발전했다. ‘불쾌한 골짜기’를 넘어선 가상인간이 더 넓은 분야에서 활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관련 업계는 이미 외적인 수준에서 가상인간이 기존에 우리가 알던 그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그래픽 품질만 좋아진 것이 아니라 실시간 랜더링을 통해 상대의 행동이나 명령에 다양한 움직임과 표정까지 구현할 수 있는 것이 오늘날 가상인간 관련 기술이다. 가상인간이 그저 정해진 행동만 반복하는 존재가 아니라 정말로 나와 같은 곳에 존재하고 반응하는 대상이 되기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는 이야기다.
에픽게임즈코리아 신광섭 본부장은 “기존에도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사실적인 가상인간을 표현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장면마다 표현을 위해 엄청난 노력과 수작업이 필요했다.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었다”며며 “하지만 이제는 실시간 랜더링을 통해 사실적인 사람의 이미지를 이제는 효율적이고 빠르게 제작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니티코리아의 김범주 에반젤리스트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가상인간 시장의 발전을 설명했다. 그는 “과거 가상인간은 시청자와 실시간 소통을 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개발엔진의 힘으로 렌더링 과정이 필요없어지면서 제작시간과 비용이 줄어들고 실시간 소통도 가능해지고 있다. 이를 통해 제작할 수 있는 콘텐츠의 자유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고 말했다.
닮은 꼴 넘어 사람처럼 생각하는 가상인간
외형 뿐만 아니라 인간처럼 생각하는 가상인간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인공지능(AI) 분야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가상인간 산업 관계자들은 AI 개발이 가상인간의 다음 챕터를 열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겉모습만 아니라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존재를 마주할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유니티코리아 김범주 에반젤리스트는 “가상인간의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기술은 AI다. AI는 만들어진 가상인간이 사람과 대화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자연어 인식과 음성합성의 영역에 활용된다. 더 현실적인 표정을 만들어 사람과 구분되지 않는 몰입감을 만들어주는 핵심 기술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렇게 만들어진 가상인간은 플랫폼과 서비스를 넘어 단순하게 가수나 모델 등 기존에 사람이 하던 일을 대신하는 수준이 아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도 높다. AI를 통해 훈련된 가상인간이 게임이나 메타버스에서 이용자 편의를 돕는 동반자 역할을 하는 식으로 말이다”고 덧붙였다.
과거보다 크게 발전한 AI…하지만 아직 갈길 남아
현재 가상인간에 활용될 수 있는 AI 개발 수준은 일반 대중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높은 단계에 도달했다. 최근 구글 엔지니어가 자의식을 가졌다고 폭로해 화제가 됐던 대화형 AI 람다가 대표적인 예시다. 람다는 ‘네 삶을 주제로 동물 이야기를 써달라’는 요청에 스스로를 늙은 부엉이에 빗댄 이야기를 한 단락 써내기도 했다.
이를 본다면 현재 AI 기술은 초기에 비해 비약적인 발전을 했으며 어느 정도는 스스로 인간이 할 수 있는 사고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는 수준에 달한 셈이다. 다만 과거에 비해 발전했지만 아직 가야 할 단계가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